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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양심 고백 -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붙여

오늘 정말 슬픈 날이었습니다.
출근해서 사무실 자리에 앉아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되는 영결식 장면을 보면서 혼자 속으로 눈물 흘렸습니다.
그러다가 한명숙 전 총리가 바치는 조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행여 누가 볼세라 칸막이 아래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을 꺼냈습니다.
그 다음 연합뉴스에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 위로하면서 오열하는 모습 볼 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이 그 사람을 죽을 수 밖에 없게끔 몰아갔는지 정말 슬펐습니다.
고백하건대
전 비겁한 사람입니다.
인간적인 노무현을 좋아했지만 노사모는 아니었습니다.
퇴임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전직 대통령을 존경했지만 '사람사는 세상' 손님일 뿐이었습니다.
하늘로 날아 오르는 노란 풍선과 영구차 위로 쏟아지는 종이 비행기 보며 약한 나를 자책했습니다.
아, 님이여.

제 나이 이미 불혹을 넘었습니다.
박정희 서거부터 봤습니다.
서울의 봄 지났습니다.
5.17. 군사 쿠데타 봤습니다.
피 흘린 광주항쟁 봤습니다.
돌아온 서울의 봄 봤습니다.
그리고 3당 야합, 지금도 생생합니다.
순식간에 돌변한 김영삼 봤습니다.
분노하는 노무현 의원 기억합니다.
많은 선거 빠짐없이, 아니 지자체 선거는 아예 안갔습니다.
고담 대구.
잘 아시잖습니까.
다 한나라당 공천에 목매고 다 박근혜 줄 댄다고 약력 내거는 지방선거는 안 갔습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선거.
빠짐없이 참가해서 민주당 응원했습니다.
어떤 이는 정치인이 다 똑같아하고 야유했지만 저는 그래도 대안 세력이라 믿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노태우 당선되던 시절.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 아버님은 김영삼을 찍어라고 제게 권유하셨지만 전 끝끝내 김대중 선생 찍었습니다.
왜냐고요.
영남인, TK가 저지른 잘못을 저라도 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사상을 존경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당선되었습니다.

김영삼 당선되던 시절.
이번엔 저희 아버님은 이미 고인있셨습니다.
투표장은 온통 기호1번, 김영삼..
그래도 전 김대중 선생 또 찍었습니다.
투표하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 했더랬습니다.
이 망국적인 지역주의.
박정희가 뿌린 이 굴레는 언제 없어질런지.

기뻤습니다.
김대중 선생,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당선.
하지만 그 역사적인 순간을 저는 함께 못했습니다.
IMF의 파고가 절정이던 순간에 저는 미국에 있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직접 투표를 못했다는 것...
그래도
호텔에서 나오는 뉴스에 열광했습니다.
너무 행복했던 그 때가 제게도 있었습니다.

간들 간들했던 국민의 정부.
어쩔 수 없이 끌여들였던 JP를 비롯한 보수들이 하나 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조-중-동,
한결같이 좌파 정부라며 입에 침 튀길 때
두려웠습니다.
이번엔 '서울대' 대통령 만들자는 저 상류, 주류 사회의 꽉 다문 어금니 보면서 다시 5공 이전으로 회귀하나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이 때 우리에게 다가온 사람.
노-무-현

제겐 유일하게 투표해서 당선된 당신.
이 사회 비주류에서 출발해서
주류를 넘어 이제 문화가 된 당신.
재임 5년 동안
하루도 편할 날 없을 정도로
거세게 몰아부친 기득권층들.
하이에나처럼 침을 흘리며 당신의 몸을 노리던 그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성 차별, 학력 차별, 지역 차별...
없애겠다는 당신의 그 처절했던 행보를 저는 기억합니다.
같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행보를 저는 기억합니다.
없는 사람이 보호받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행보 또한 기억합니다.
이제 남은 사람들이 만들어가야할 이상을 던져준 당신입니다.
사랑했습니다.
존경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죽여 울음을 삼킨 제가 정말 바봅니다.
죄송합니다.
남기신 유언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더욱 미안합니다.

원망할 사람 많아 죄송합니다.
슬퍼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평안히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