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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히노끼로 만든 셰이크! H.S. 크라이저

Daum 파워에디터

 

히노끼로 만든 부드럽고 강력한! 블레이드라는 평 때문에 한번 꼬~옥 써 보고 싶은 블레이드가 바로 이 버터플라이사의 H.S.크라이저(H.S. Cryzer) 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과하게 가지고 있는 다른 블레이드는 어쩌나, 혹시 이게 또 남에게만 좋고 나에겐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런지 망설임도 있고 해서 '에라, 장터에서 중고나 사서 써 보자'하고 구매글을 올리고 매복하기를 무려 한 달!

그렇지만 아무도 없더군요...

그러자 이 블레이드를 꼬~옥 써봐야겠다는 욕망이 더욱 꿈틀거렸습니다.

왜냐하면 고슴도치님의 사용기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사용기에서도 '물건이다!'라고 평가된 제품이고 매물이 없다는 것은 결코 평범한 블레이드는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러던 중 직장 후배가 중펜 크라이저를 하나 장터에서 구해 가지고 온 걸 봤습니다. 그걸로 한 번 가볍게 휘둘러 보았는데 그리 큰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이 후배가 아주 좋다고 자기 느낌을 말한 것도 결정적으로 나에게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전에 왕하오 중펜을 썼습니다.)

 

결국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버터플라이에 주문했습니다.

깔끔하게 포장된 채 그 다음날 바로 오더군요. 주문할 때 가벼운 것으로 보내달라고 메모를 했는데 버터플라이에서는 87.5g이라고 적어서 보내주셨더군요.(제가 저울에 달아보니 88.2g이더구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날 윙을 깎아내고 전면에는 Yasaka Extend 흑색 Max, 뒷면에는 Palio의 Maximo 적색 Max를 붙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저울에 달아보니 182.5g 나오는군요)

 

 

아, 그런데 이런...

러버를 부착하고 잡아보니 어색한 감이 팍! 옵니다.

개인적으로 ST 그립을 좋아하고 AN도 무난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FL인데다 블레이드 두께가 한 두께 하는군요. (무려 6.5mm !)

윗 블레이드는 Xiom Amati이고요, 아래가 H.S. Cryzer입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두께 차이가 상당합니다.

 

 

아, 난감합니다. 중펜 크라이저를 펜홀더로 잡아 봤을 땐 몰랐는데(펜홀더용은 윙 부분을 손가락에 맞게 엄청! 깎아내는데 그걸 감안 못하고...) 막상 셰이크를 잡아보니 이렇게 어색할 수가...

 

 

어쩝니까, 그래도 필링은 좋겠지.

내가 원하는 필링, 바로 만족해 줄거라고 믿었습니다.

우선

 1. 부드러워야 한다.

 2. 타구감이 맑고 명랑해야 한다.

 3. 휘청하는 회초리 같이 손에 여과없이 감정을 실어주어야 한다.

 

위와 같은 요구 사항을 모두 만족하는 블레이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다소 두툼한 그립과 두꺼운 목판이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탁구장에서 가볍게 스윙을 해 봅니다. 꽉 찬 그립 느낌외엔 별다른 이질감은 없습니다.

 

그런데...

Fore, Back 전환하면서 연습을 해 봤습니다. 무지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라켓이 움직이면서 원하는 각도로 공에 맞추어야 하는데 이게 안되는군요.

 

왜 그럴까.

우선 제 생각엔 그립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잡아온 Straight 그립과는 너무나도 감이 다르군요. 저같은 경우 비교적 느슨하게 그립을 빼서 잡는 편인데 이 Flair 그립은 잡으면 그냥 깊숙히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립 단면적도 두꺼워 손바닥 끝에 닿는군요. 그러니 Forehand로 치다가 Backhand로 전환하면 블레이드가 살짝 움직여 주어야 하는데 전혀 안됩니다. 더더욱 어려운 것은 짧은 볼 처리하기가 힘드는 군요. 살짝 그립을 풀어 가볍게 한다고 하는데 크라이저로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계속 써 봅니다. 손맛이 좋다는데야 그리고 금방 바꾼 블레이드가 어디 나만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이왕 써 보는 경우에 끝까지, 내 손이 여기에 맞을 때까지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플레이를 시도해 봤습니다.

우선 드라이브는 얇게 맞추는 것보다 두껍게 임팩트를 가져가는 게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얇은 합판을 연결한 다른 블레이드 보다는 중심층이 두꺼운 블레이드이다 보니 스치는 것보다는 묵직한 드라이브가 더욱더 안정감 있고(물론 파워는 말할 것도 없겠죠?) 쉽게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두꺼운 중심층 덕분에 블록도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굳이 손목을 사용하여 밀어주지 않더라도 안정감있는 블록이 가능합니다.

플릭같은 경우도 매우 쉽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몸을 조금 낮추어 블레이드 끝을 공 밑에 겨냥하고 획~ 당기면 약한 하회전 공은 쉽게 반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것보다 '손 끝에 느끼는 감'인데 이것은 기대만큼은 아니더군요.

부드러운 히노끼 목판의 특성을 나타낸다면 반드시 맑은 소리와 잔잔한 울림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카본 계열인 아마티가 훨씬더 정직한 손맛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기대한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휘청~'하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하긴 그렇게 두꺼운 블레이드에 이런 감은 있을 수 없겠죠. 왜 두께를 놓친거야.. ㅡ_ㅡ;)

 

펜홀더 블레이드는 대부분 히노끼로, 단판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 히노끼 단판 블레이드 중 이름 있는 것들은 모두가 필링! - 손맛이 일품이라고 합디다.(제가 솔직히 펜홀더는 잘 모릅니다.) 이런 펜홀더 블레이드의 손맛 때문에 셰이크의 양핸드 공격을 선망하는 분들이 셰이크로 전향했다가 그리운 펜홀더의 필링!이 없어서 실패하는 원인이기도 하다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상기하고 잔뜩~ 기대한 이 블레이드....

히노끼 특유의 feel과 카본 블레이드를 능가하는 power를 가진 블레이드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이 블레이드 역시 5겹 합판입니다. 단판이 아니라 이어 붙인 셰이크 5겹이죠.

그래서인지 오로지 단순함으로 결정짓는 단판 블레이드와는 달리 매우 복잡한 속성을 지닌 것처럼 생각됩니다. 이것들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게다가 결정적으로 절망한 것은 '컨트롤 부재'였습니다. -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제게는...

탁구란게 한 방향으로만 공이 오는 것은 아닐진대 Fore, Back으로 전환하는 것이 저로서는 정말 안되더군요. 물론 그립은 움직이지 않고 손목을 꺾어서 대응한다던지 블레이드 면의 각도를 조정하시는 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저같이 조금씩 움직이는 그립의 여유로 대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투박한 그립입니다.

 

.....................................

 

오늘로서 이미 2주 정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블레이드는 저에게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정을 붙이려고 해도, 블레이드에 맞추려고 해도 안되는군요.

 

결국은 다시 방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좋은 분 만나서 사랑 받기를 바랄 밖에...

 

지금까지 제가 느낀 바로는

장점

 1. ....

 

단점

 1. 컨트롤이 어렵다 - 아마도 그립이 부자연스러운 데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2. 무겁다 - 심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다소 부담이 됩니다.